
"반도체 가격을 올리기 위해 선물을 들고 고객사를 찾아다니던 시대가 끝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조사가 이메일 한 통을 보내 “다음 출하분부터 20% 인상합니다”라고 통보하면 사실상 협상이 끝난다는 일본 중소 반도체 거래기업 CEO의 하소연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AI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균형이 구매자에서 판매자쪽으로 급격이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반도체·전자부품 유통업체 토나리즘그룹의 신카와 유야 CEO는 2일 자신의 X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현장에 10년 이상 있었지만 가격 인상의 풍경이 바뀌었다”고 밝혔습니다.
신카와 CEO는 “과거에는 가격을 올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선물을 들고 직접 고객사를 찾아가 설명했지만, 지금은 제조사에서 가격 인상 공문이 이메일로 도착하고 ‘다음 출하부터 20% 올립니다’로 끝이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카와 CEO는 “파는 쪽과 사는 쪽의 힘 관계가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역전됐다”며 “이 변화를 모르고서는 반도체 뉴스를 읽을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언급된 ‘20%’가 모든 반도체 가격이 일률적으로 20%씩 오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9월 현재 실제 반도체 시장 흐름을 보면 공급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강해졌다는 그의 설명과 일맥상통합니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 평균 고정거래가격(contract price)이 2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24달러 대비 4.2% 오른 가격입니다. 2016년 6월 조사 시작 당시 가격(2.9달러)과 비교하면 8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D램익스체인지의 모회사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PC D램 계약가격의 전 분기 대비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5∼20%에서 18∼23%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8월 진행된 2026년 3분기 계약가격 협상 과정에서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제시한 견적 인상률은 전 분기 대비 15~20%에서 최대 25~30%까지 다양했습니다. 치열한 협상 끝에 공급업체는 결국 전 분기 대비 23~28% 인상률로 계약을 성사했습니다.
트렌스포스는 "이는 PC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기기 출하 계획을 예상보다 늘리면서, 그에 맞춰 미리 확보해 둔 D램 재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됐음을 시사한다"며 상향 조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0.5달러입니다. 지난달 30.1달러보다 1.4% 오르며 20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백승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